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오코싱고의 '엘나시미엔토'라는 마을은 지난해 9월 큰 경사를 맞았다.

마을 유치원이 2천만 페소 복권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당첨의 기쁨은 주민들에게 악몽이 됐다고 현지 매체 라티누스와 영국 BBC 등이 23일 보도했다.

유치원이 당첨된 복권은 지난해 멕시코 정부가 발행한 일명 '대통령기 복권'이었다. 쉽게 팔리지 않는 대통령기 처분 방안을 고심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상품으로 비행기를 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돈을 100명에게 나눠줬다.

익명의 기부자가 엘나시미엔토 마을 유치원에 기부한 복권도 당첨 복권 100장 중 하나였다. 원생 20여 명의 학부모가 유치원을 위해 상금을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기쁨도 잠시, 유치원의 당첨 사실이 멕시코 정부와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로스페툴레스'라는 이름의 범죄조직이 학부모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조직이 무기를 살 수 있게 상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은 이를 거부한 채 상금의 일부를 유치원 지붕 수리에 썼고, 남은 상금을 내놓으라는 갱단의 위협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3월엔 한 주민이 갱단이 쏜 총에 맞았고 조직원들이 마을의 여성과 아이들까지 공격하자 결국 주민 28가구가 지난달 위협을 피해 인근 도시로 달아났다.

집과 가축, 농지를 모두 버리고 피난 온 주민들은 갱단이 무장을 해제하고 사라지기 전까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학부모 대표 멜레시오 로페스 고메스는 라티누스에 "당첨과 함께 고난이 시작됐다.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며 "지역 당국에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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