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로 생산능력 확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오는 2023년 반도체 공급과잉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의 아시아 기술·미디어 및 통신 연구 공동 책임자인 고쿨 하리하란은 2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에 반도체의 수요-공급간 균형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웨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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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발행사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반도체 시장 전문가인 하리하란은 인터뷰에서 "우리의 견해는 2023년이 되면 일정 수준의 균형점을 회복하거나 심지어는 공급과잉이 일어날 만큼 (반도체의)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리하란은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태"이기 때문에 2023년에 큰 폭의 하강(major downturn)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2% 정도의 수익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업인 IDC 리서치도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2022년 말까지 대규모로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이 예상된다면서 2023년에 과잉생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미국의 투자 요청에 응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지난 5월 발표한 바 있다.

TSMC는 오는 2024년부터 피닉스 공장에서 최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스마트폰용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 공장은 2024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도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에 힘입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는 베이징, 선전, 상하이에 각각 28나노미터급 공정이 적용되는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 이미 반도체의 양대 수요원인 스마트폰과 신에너지 자동차의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중국 시장의 올해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7천650만대에 그쳤다.

반도체 산업은 통상 4∼6년 간격으로 경기 흐름을 탄다.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사태가 오면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늘리고, 이는 다시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과 수익 감소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2019년 메모리반도체 D램의 공급과잉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10대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수익이 평균 12% 하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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