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보단 차기 행정부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인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미국 동서센터가 공동 주최한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하며 한국은 다층적·장기적 대북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 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완성 시점이 미국의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2025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정세 전환 시점을 2024년 말 미 대통령 선거 전후로 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든 정부보다는 차기 미국 정부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이며 자신들의 핵무기를 되돌리기 힘든 불가역적인 단계로 끌어올리는 시간을 우선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시간 계획 하에 ▲ 최대한 한국 정부의 전력 증강과 강경한 태도를 자극하고 이를 명분으로 활용 ▲ 핵무기 고도화에 대응이 곤란한 미국을 자극해 협상 문턱 낮추기 등의 하위 목표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우리는 더 고도화하고 다종화된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과 인접해 살아가야 한다"며 "이에 대응한 확장 억제력과 군사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외교적 해법,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 국제 협력 체계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로 나선 스콧 슈나이더 미 외교위원회 한미정책 책임자도 홍 실장 의견에 동의하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책임감 있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슈나이더 책임자는 "바이든 정부의 난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북한 길주군의 날씨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민 실장은 "오늘부터 길주군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며 비 예보가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며 "잠깐 화창한 기간이 있고 17일부터는 장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실험에 쓰는 계측장비는 습기에 민감하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까지 15∼18㎞ 비포장도로인데 비가 오면 계측 장비 이동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1∼6차 북한 핵실험 중 3번은 가을, 2번은 겨울, 1번은 5월 말에 시행했다"며 "핵실험 임박설이 많이 보도되지만 기존 패턴과 기술적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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