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기업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같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운전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아직 없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테슬라가 매 분기 공표하는 안전 보고서에서는 오토파일럿을 사용했을 때 사고 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런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오토파일럿은 주로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사용되는데,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이 도시 내 거리에서 운전하는 것보다 약 2배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오토파일럿이 통상 더 안전한 상황에서 사용되기에 오토파일럿 사용 시 사고 빈도가 감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테슬라는 같은 종류의 도로에서 오토파일럿을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안전성을 비교 평가할 만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다른 자동차 업체도 마찬가지라고 NYT는 지적했다.

오토파일럿은 2015년 출시됐고, 제너럴모터스(GM)의 유사한 기능인 '슈퍼 크루즈'는 2017년, 포드의 '블루 크루즈'는 지난해 각각 선을 보였다.

신문은 이런 ADAS 도입으로 안전성이 향상됐다는 기업들의 주장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는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해 작년엔 16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DAS가 탑재된 차량을 모는 운전자와 그의 영향을 받는 주변의 다른 운전자들은 아직 그 결과가 공표되지 않은 실험을 받고 있는 실험동물 기니피그와 같다고 꼬집었다.

스탠퍼드대 자동차연구센터의 크리스천 저르데스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런 시스템이 기대되는 안전상의 혜택을 준다고 대중이 확신할 만큼의 데이터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자체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GM은 미시간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슈퍼 크루즈가 충돌사고를 감소시켰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로부터 ADAS과 관련된 사고를 취합하면서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그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NHTSA의 자료가 공개되면 미 의회가 이런 기술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이런 기술의 마케팅 방식과 규제 방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신문은 기대했다.

안전 전문가들은 특히 오토파일럿의 마케팅 방식을 우려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자사 기술이 진정한 자율주행의 직전까지 도달했다는 식으로 말해왔기 때문이다. '자동조종'이라는 의미의 기술명 '오토파일럿'도 운전자가 상황을 오해하기에 십상이다.

이는 운전자의 안일함으로 이어져 일부 사망사고에선 오토파일럿이 주된 사고 요인이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차라리 자동긴급제동장치(AEB)나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 등과 같은 구식 안전기술이 더 안전하다는 역설적 상황도 나온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 따르면 이런 구식 기술들이 안전성을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ADAS가 유사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