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년 만에 최대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미국 경제가 내년에 경기후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은행 웰스파고는 미국 경제가 내년 중반에 약한(mild) 경기후퇴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좀 더 뿌리내리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잠식하는 데다가 연준이 이에 대처하려고 한층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웰스파고의 제이 브라이슨 이코노미스트는 일주일 전만 해도 경기 연착륙을 예상했는데 이제는 약한 경기후퇴가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밝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통화정책 연구 책임자인 라이언 스위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깨뜨릴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려고 한다"며 "이는 연준이 또한 경제를 망가뜨릴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0.75%포인트 인상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나 뉴스도 심상치 않았다.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의 첫 감소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국의 상품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는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는 미 경제의 원동력이어서 이런 소매판매 감소는 경기 둔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문 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지출 둔화를 고려하면 미국이 이미 경기후퇴에 빠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렸다. 이 수치는 앞서 이달 1일에는 1.3%였으나 보름 사이 1.3%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 점점 많은 전문가가 내년에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최근에 미국 경제가 내년 경기후퇴에 빠질 확률을 72%로 추산했다. BE는 3월에만 해도 경기후퇴 확률을 9%로 봤다.

제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높은 물가 상승세와 이에 따른 경제환경 악화를 우려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제조업협회(NAM)가 지난달 17∼31일 진행한 설문에서 제조업 CEO의 59%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향후 1년 안에 경기후퇴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경기전망 악화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장 11월 중간선거에서 인플레이션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블룸버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현재 상당히 높고 11월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경제가 중간선거 시기에 경기후퇴에 빠질 가능성은 작지만, 이런 높은 경제고통지수로 유권자들은 경기후퇴처럼 느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단, 다음 대통령 선거일인 2024년 11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다시 반등할 시간이 있고,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오를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