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각각 걸렸지만 두 전·현직 대통령의 증상과 치료 방식은 천양지차를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2020년 10월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바이든 대통령은 1년 9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월터리드 군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사흘 밤을 보낸 뒤 선거전이 다급한 상황이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했다.

그는 스테로이드계 염증 억제제인 덱사메타손과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았다. 산소 포화도가 떨어진 적이 있고, 한때 위험한 고비도 있었다는 보도가 추후 나오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복용 외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산소 포화도가 정상이고 가벼운 증상만 보여 격리 상태에서 화상이나 통화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다만 팍스로비드 탓에 평소 복용하던 항혈전제와 콜레스테롤 약을 중단한 정도다.

두 사람의 상태와 치료 방식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그 사이 달라진 의료 환경을 반영한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는 백신이 없었다. 미국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백신 접종은 2020년 12월에 시작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2번의 접종과 2번의 부스터샷 등 모두 4차례 백신 접종을 끝냈다. 마지막인 2번째 부스터샷을 맞은 시점은 지난 3월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오미크론 변이가 한창이던 지난 1월 백신 미접종자는 부스터샷까지 맞은 이보다 입원할 가능성이 12배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치료제도 다르다. 염증 억제제와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팍스로비드로만 치료를 받는다.

팍스로비드는 3일 미만 증상을 앓은 고위험군 환자에서 입원이나 사망 위험을 89% 낮추는 효능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전염병 전문가인 브루스 파버는 로이터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의 증상이 악화하지 않는다면 팍스로비드가 유일한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10월 코로나 확진후 헬기로 군 병원 도착한 트럼프

2020년 10월 코로나 확진후 헬기로 군 병원 도착한 트럼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성도 크게 떨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당시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지금보다 덜하지만 위험성은 훨씬 더 높았다.

반면 현재 우세종인 BA.5는 전염성이 매우 높지만 입원이나 사망 등 중증 위험성은 당시보다 낮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변이에 감염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만이라는 위험 인자를 가져 큰 위험을 수반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비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차이로 언급했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접종 효과 등을 거론하며 중증을 앓을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반면 두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린 연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79세, 트럼프 전 대통령이 74세로 모두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비만이나 심부전은 없지만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심박세동을 겪는 것이 중증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최고의 치료를 받았지만 이는 가용할 수 있는 가장 초기 단계 수준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진단은 트럼프 확진 이후 대처법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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