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기대 이상으로 둔화함에 따라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한 번의 수치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엔 이르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전에 공개될 물가·고용 지표를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 노동부가 10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대해 외신들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8.5%로, 전월(9.1%)보다 상승 폭이 둔화한 데다가 시장의 전망치(8.7%)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서 제기됐다.

실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 추정하는 연준의 9월 0.7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전날 68.0%에서 이날 42.5%로 급락했다.

이에 비해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57.5%로 전날 32.0%의 거의 2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미국 증시도 이런 기대감에 힘입어 주요 지수 모두 1% 이상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만 보고 연준이 최악의 물가 상황이 끝났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발표로 연준이 9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열렸으나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안심할 때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도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수 있게 됐지만, 이번 발표는 단지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폭이 0.5%포인트가 될지 아니면 0.75%포인트가 될지 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 인사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이번 물가 발표를 "환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멀었다"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준은 섣불리 물가 고점을 기대했다가 데인 적이 있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과 7월에 각각 5.4%를 기록했다가 8월에 5.3%로 근소하게 내리자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이후 물가 상승률은 그해 말 7.0%까지 다시 올라 8월의 물가 상승세 둔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법인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물가의 한 달 결과에 안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축소하려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새로운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월 CPI 결과는 다음 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20∼21일) 전인 13일에 발표된다.

여전히 견조한 고용지표도 신중론의 근거로 제시됐다.

앞서 이달 5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일자리는 7월에 52만8천개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5만개 증가)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7월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내렸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작년 동월보다 5.2% 올랐다.

WSJ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하기 전에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를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미국의 고용상황 보고서도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전인 다음 달 2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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