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매장에 온 흑인 손님을 콕 집어 미행한 일로 수십억 원에 대하는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월마트는 최근 '인종 프로파일링' 피해를 봤다며 회사와 매장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마이클 맹검에게 440만 달러(약 59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CBS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종 프로파일링이란 피부색이나 인종 등을 기반으로 사람을 분류하거나 범죄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차별적 행위로 간주된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맹검은 지난 2020년 3월 냉장고에 끼울 전구를 사러 오리건주 우드빌리지의 월마트 매장에 들렀다.

당시 한 보안 직원이 맹검을 졸졸 쫓아다니더니 이내 매장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으나, 맹검은 자리를 뜨지 않고 버텼다.

맹검의 변호사는 맹검이 인근 포틀랜드 지역에서 주택공급사업 업무와 위기 청소년 상담 활동을 해온 점을 거론하며 "만약 범죄 혐의로 기소되면 일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직원의 거짓말과 괴롭힘에 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월마트 대변인인 랜디 하그로브는 "맹검은 매장을 감시하던 직원들을 방해했고, 절도범 확인을 막아섰고, 그러고는 직원들과 지역 보안관들의 거듭된 퇴거 요청에도 불구하고 매장에서 나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이 맹검을 미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배상액 440만 달러는 과도한 액수"라고 언급했다.

맹검을 쫓아내려고 했던 보안 직원인 조 윌리엄스는 현재는 월마트에 고용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하그로브는 덧붙였다.

미국 내 흑인사회에서는 가게에 들른 유색인들이 절도범으로 의심받거나 미행 혹은 괴롭힘을 당하는 인종차별적 상황을 가리켜 '흑인으로서 쇼핑하기'(Shopping while black·SWB)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라고 CBS는 설명했다.

작년에는 텍사스주에서 텔레비전을 환불하러 매장에 들렀다가 경찰에 도둑으로 몰려 수갑까지 찼던 흑인 두 명이 점주를 고소하는가 하면, 올해에는 조지아주 교정 당국에서 일하는 한 흑인이 월마트에서 절도 누명을 쓴 일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흑인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약 90%의 응답자가 "쇼핑하면서 인종 프로파일링을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CBS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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