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州)에 심각한 인명·재산피해를 남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던 그 시간에 이곳의 주지사가 외부에서 저녁 모임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0일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프란체스코 아쿠아로리 마르케주 주지사는 지난 15일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l) 공동 설립자인 구이도 크로세토와 저녁 식사를 했다.

같은 Fdl 소속인 이들은 마르케주 주도인 안코나에서 약 40㎞ 정도 떨어진 포텐차 피체나에서 오후 8시 30분부터 저녁 모임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폭우가 마르케주 여러 곳을 강타한 시점이었다.

그날 오후 6시 39분 아케비아의 도로가 물에 잠기고, 7시 40분 칸티아노에선 토사가 가옥을 덮치고, 8시 10분 바르바라에선 강이 범람하는 등 이미 마르케주 여러 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저녁 모임은 이어졌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마르케주에선 15일 저녁부터 16일 새벽까지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1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수백 명이 가옥 침수 피해를 겪는 등 재산피해도 컸다.

마르케주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지사가 재난 상황을 맞아 비상 대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폭우가 쏟아지던 시간에 외부에서 저녁 모임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안이한 대응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쿠아로리 주지사 측은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곧바로 복귀했다고 주장했지만, 오후 9시 32분에 크로세토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 논란까지 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스테파노 아구치 시민보호 부지사 역시 세니갈리아의 한 극장에서 최소 밤 10시까지 선거 모임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졌다.

아구치 부지사는 이후 시민보호 상황실로 달려가 밤새도록 구조 작업을 지휘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마르케 지부 관계자는 16일 새벽 3시 20분에 상황실을 방문했을 때 아구치 부지사는 자리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주민 500명이 숙식할 곳이 없어서 상황실을 방문했다면서 아구치 부시사와는 이와 관련해 전화로 몇 차례 통화했다고 덧붙였다.

'라 레푸블리카'는 "멀리서 휴대전화를 하는 것이 마르케주의 위기 대응 방식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