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FTX 붕괴 사태를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이 조사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검찰이 초점을 맞춘 부분 중 하나는 FTX가 고객들의 돈을 가상화폐 투자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에 빌려준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WSJ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FTX와 알라메다를 창업한 샘 뱅크먼-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는 알라메다가 부채를 갚을 수 있도록 FTX 고객 자금 100억 달러 상당을 몰래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먼-프리드뿐 아니라 양사 최고위 임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앞서 WSJ이 보도한 바 있다.

고객들의 투자금을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증권·파생상품 시장에서 금지된 행위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존 코자인 전 뉴저지 주지사가 운영하던 MF글로벌이 고객 돈을 불법 사용했다가 2013년 기소된 사례가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고객 보호 규정이 따로 없지만, 공개되지 않은 목적으로 고객 돈을 사용하는 것은 사기 또는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전직 검사들과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직 뉴욕 남부연방지검 검사 샘슨 엔저는 WSJ에 "이번 조사는 투자자들의 자산을 쓰기 위해 그들을 설득하려는 목적의 고의적인 거짓말이 있었느냐의 여부로 압축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지난주 트위터에 "FTX는 괜찮고 고객 자산은 안전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이후 삭제한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이 트윗을 올렸을 때 고객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범죄 의도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FTX가 알라메다를 또는 알라메다가 FTX를 지원하기 위한 비밀 노력이 확인될 경우 충분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바하마에 본사를 둔 FTX에 대해 사법 관할권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은 홍콩에 있던 FTX 본사를 바하마로 옮긴 뒤 바하마의 한 공유 주택에서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범죄에 사용된 자금이 미국 은행을 통해 이체됐거나 범죄와 관련된 이메일이 미국 땅을 거쳐 전송되는 경우에도 수사권을 갖는다는 입장이다.

엔저 전 검사는 "수사 관할권을 입증하는 부담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 한 통의 이메일이라도 뉴욕을 통해 전송됐다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연방지검에 앞서 바하마 경찰도 전날 성명을 내고 FTX의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FTX는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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