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이 튀르키예에서 러시아 정보수장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핵 위협과 러시아 구금된 미국인 문제를 논의했다고 블룸버그·AFP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4일 보도했다.

러에 '핵무기 쓰지말라' 경고한 윌리엄 번스 美 CIA 국장

러에 '핵무기 쓰지말라' 경고한 윌리엄 번스 美 CIA 국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대변인은 번스 국장이 이날 앙카라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을 만나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징역 9년 형을 선고받은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간첩죄로 수감 중인 전 미국 해병대원 폴 웰런을 언급하며 러시아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문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WSJ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번스 국장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따르게 될 후과와 전략적 안정성 위기 고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지속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위협해왔다.

그는 지난 9월 21일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며 "러시아 영토가 위협받으면 러시아와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루어진 미국과 러시아 간 최고위급 회동이어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회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며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이번 만남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미리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도 국영 타스 통신에 나리시킨 국장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그런 협상이 있었고, 만남은 미국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논의 내용 공개는 거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변인도 미러 정보 수장이 앙카라에서 만났다고 밝혔으며, 튀르키예 국가정보기구(NIO)는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서 번스 국장과 나리시킨 국장이 NIO의 초청으로 앙카라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번스 국장은 2005~2008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정부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그동안 대러시아 협상 창구 역할을 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참여 없이 전쟁 종식에 관한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최근 미국 정부가 대화를 통해 전쟁을 끝내는 것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해결하는 것에 열린 입장을 취할 것을 권고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 위험을 막기 위해 푸틴 대통령의 최고위 측근들과 비밀 회담을 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러나 러시아와 협상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유럽연합(EU) 외교위원회에서 "러시아는 군 재정비를 위해 휴전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종전 협상은 시기상조"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철수해야만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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