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중독 사태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피소된 미국의 대형유통업체 월마트가 31억 달러(약 4조 원)의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월마트가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 맞춰 소송과 관련한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가 낼 합의금은 소송에 참여한 각 주정부와 미국 원주민 부족 등에 분배돼 피해자 구제와 재활 프로그램 운영 등에 사용된다.

월마트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킨 오피오이드 중독사태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 미국 유통업체 중 하나다.

미국 법무부가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월마트는 먼저 오피오이드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중독자들을 유인했다.

이후 의도적으로 의약품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 수를 줄이고, 판매 절차의 속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수천 개에 달하는 월마트 내 약국에 고용된 약사들은 중독자들이 조작 가능성 등 문제가 있는 처방전을 제시하더라도 제대로 검토하지도 못하고 오피오이드를 판매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월마트는 문제가 있는 처방전으로 약 구매를 시도하다가 거절된 고객에 대한 정보를 지점끼리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독자 입장에선 특정한 월마트 지점에서 약 구매를 거부당할 경우에도 다른 월마트 지점에서 약을 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전국적인 규모에서 이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월마트의 법규 준수 실패는 마약성 진통제 사태 확산의 한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오피오이드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는 아편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는 펜타닐과 코데인 등의 합성성분으로 만들어진다.

수술 후 환자나 암 환자가 겪는 극심한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되지만, 북미지역에선 마약 대용으로 확산해 사회문제가 됐다.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중독자는 5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을 제조했던 미국 제약회사 퍼듀 파마는 45억 달러(약 5조9천억 원)의 합의안을 받아들인 뒤 파산했고, 유통업체 CVS와 월그린은 각각 50억 달러(약 6조6천억 원)와 57억 달러(약 7조5천억 원)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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