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으로 여겨지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최소 20년 사이 처음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분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글로벌 종합 채권 지수에 따르면 만기 10년 이상인 각국 국채의 평균 금리가 해당 국가의 1∼3년물 국채 금리보다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통상 돈을 오래 빌릴수록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하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후퇴 우려를 반영해 단기물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물 금리를 넘어섰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국의 경우 지난 9월 중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14년여 만에 발생한 데 이어 최근 두 달여 사이 여러 차례 이러한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3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3.8% 아래로 내려간 반면 2년물 국채금리는 4.52% 근방을 기록, 장·단기물 금리 역전 폭이 41년에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통화긴축 의지를 강조하면서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전날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아직은 정점을 지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은 분명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도 시장의 '금리 낙관론'에 대해 연일 경고하는 가운데, 전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아마도 2024년에나 명목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 우려가 아닌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는 낙관적 해석도 제기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내후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2년물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10년물 국채금리를 낮췄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미국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0.2를 기록, 10월(102.2)보다 하락하면서 최근 4개월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예상한 향후 12개월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중간값)도 4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리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경제활동이 탄탄한 만큼 미국 경기후퇴가 예상보다 1분기 늦게 시작해 2∼4분기에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정체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달리 1.5% 늘어나고, 내년 1분기 GDP도 시장의 0.5% 감소 전망과 달리 실제로는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클리스는 이에 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예상보다 미뤄지면서, 기준금리 상단이 내년 3월 5.25%의 고점을 찍은 뒤 내년 11월과 12월 각각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거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2024년 말에는 금리 상단이 3.2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경제가 내년 중반쯤 경기후퇴에 진입하고, 연준이 내년 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