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이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3년 만에 성황리에 열렸지만, 전시된 여러 제품이 고객 정보 보안 등 안전성 문제를 드러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 보도했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사용자의 신체와 집에서 얻은 데이터에 기반한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TV,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들이 선을 보였다.

많은 기업이 '차세대 기기'로 이들 제품을 홍보하기 바빴지만,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처리 방법이나 관련 안전·보안 대책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WP는 지적했다.

프랑스 헬스케어 스마트 기기 개발회사 위딩스의 'U-스캔'은 이번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변기 속에 손바닥 크기의 동그란 장치를 달아두면 소변의 호르몬 수치를 자동 분석해주는 이 제품은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리고 여러 주에서 낙태를 불법화한 상황에서 이 제품의 데이터는 범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딩스는 이 데이터를 무기한 저장하며 만약 사법당국의 영장을 받을 경우 "해당 지역의 모든 법적 요건을 준수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디지털 스트리밍 기업 로쿠의 스마트TV도 고객 정보 확보에만 급급해 보안 취약성 노출, 하드웨어 기반 리스크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사이버 위협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린이용 로봇 '미코'는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춰 카메라를 이용해 어린이의 기분을 파악하고 집 내부를 지도로 만든다. 얼굴 인식 정보는 기기에 저장된다.

자동 잔디깎이 '랜드로이드 비전'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어 사용자의 마당을 탐색하고 이미지를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제조사는 해당 정보를 클라우드로 전송하기 전에 숫자를 흐리게 처리하는 등 모두 익명 처리를 거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 IT기기의 '수리받을 권리' 운동 단체인 'PIRG', 아이픽스잇, '리페어닷오알지'(Repair.org), 전자프런티어재단(EFF) 등은 올해 CES '최악의 제품'을 선정했다.

이 중 U-스캔이 가장 나쁜 제품으로 꼽혔으며, 로쿠 스마트TV 등 프라이버시와 소비자 선택권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들도 포함됐다.

목적을 알 수 없는 제품,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제품들도 최악의 제품으로 선정됐다.

예를 들어 머그잔인 '엠버 머그 2+'는 가격은 200달러(약 24만9천원)에 달하지만, 교체가 불가능한 배터리를 보온용으로 달고 있다.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면 이 값비싼 머그잔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권리 단체 '일렉트로닉 프런티어' 재단의 신디 콘 전무는 "사용자가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지 평가할 때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전제품 업체들의 만성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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