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해스터트 전 미국 연방하원의장 [AP=연합뉴스]

데니스 해스터트 전 미국 연방하원의장 [AP=연합뉴스]

 

(시카고=연합뉴스) = 미국 최장수 연방 하원의장을 지낸 데니스 해스터트(79·공화·일리노이)의 동성 제자 성추행 혐의 관련 소송이 합의로 마무리됐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해스터트 전 의장의 변호인단은 전날 피해자 측과 비공개 협상을 벌여 잠정적 합의에 도달했다.

합의 조건 및 합의금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해스터트 전 의장은 정계 입문 전인 1965년부터 1981년까지 시카고 교외도시 요크빌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 교사 겸 레슬링부 코치로 근무할 당시 만 14세부터 17세 사이 동성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 중 1명인 제임스 도(가명)가 2010년 이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겠다고 나서자 350만 달러(약 41억 원)를 입막음 대가로 지급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하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은행에서 총 170만 달러(20억 원)를 인출해 전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총 95만2천 달러를 불법적으로 분산 인출하다 2015년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해스터트는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법정에서 이를 사실로 인정했고, 법원은 해스터트에게 징역 15개월 형을 선고했다.

그는 2016년 수감됐고, 2017년 8월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다.

하지만 피해자는 해스터트가 약속한 돈 가운데 180만 달러(약 21억 원)를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며 2016년 4월 별도의 계약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는 소장에서 "14살 때, 해스터트가 인솔한 레슬링 캠프에 참여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로 인해 오랜 기간 공황발작에 시달렸고 실직과 우울증, 정신과 치료와 입원을 반복해야 했다"며 이런 문제들을 해스터트와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다가 2008년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비로소 원인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스터트 전 의장은 약속한 돈의 나머지 금액에 대한 지급 의무를 놓고 피해자 측과 공방을 벌였으나 5년 만에 결국 합의에 이르게 됐다.

당시 해스터트 변호인단은 "거액의 지급에 합의한 것은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공개하거나 이를 이유로 한 소송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가 당국에 해스터트의 부정행위를 공개하면서 계약 조건이 깨졌고 약속한 돈을 모두 지급할 의무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양측 변호인단은 당초 지난 13일부터 시카고 서부 교외지역에 해당하는 일리노이주 켄달 카운티 법원에서 배심원단 선정작업과 함께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법원은 지난주 "재판이 시작되면 피해자 도의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또 구두 계약의 법적 효력에 대한 판결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재판 없이 소송이 매듭지어졌다.

해스터트 전 의장은 1981년 일리노이 주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87년부터 21년간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고 1999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직을 수행했다.

공화당 출신 최장수 하원의장 기록도 가진 그는 재임 중이던 2002년과 퇴임 후인 2009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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