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본경선 최종득표율 47.85%로 자신을 맹추격한 홍준표 전 대표(41.50%)를 눌렀다. 윤 전 총장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홍 전 대표에게 다소 뒤졌지만, 압도적인 '당심'의 지원에 힘입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윤 전 총장은 제20대 대통령직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건곤일척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른바 '적폐청산의 칼잡이'가 이제는 '반문'(反文ㆍ반문재인)의 기수가 돼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는 정치적 역설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수락 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바라는 민심은 정치신인인 저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또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라며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의 싸움이자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수락 연설을 통해 이번 대선의 성격을 '상식과 비상식'의 한판 대결로, '0선 정치신인'인 자신의 선출을 정권교체를 달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각각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어 윤 전 총장은 "경청하고 소통하는 대통령, 책임지는 대통령, 진정성 있는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장동 게이트에서 보듯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고 정치권의 개혁을 하라는 것이 저의 존재 가치고 제가 나아갈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과 부동산 폭등은 '재산 약탈'이며, 악성 포퓰리즘은 '세금 약탈'이다. 1천조가 넘는 국가 채무는 '미래 약탈'"이라며 "정권 교체가 없다면 국민 약탈은 노골화·상시화·구조화될 것"이라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하지만 이른바 대권 고지에 이르는 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정권교체론이 정권연장론을 20% 안팎으로 웃돌아 대선 지형이 야권에 우호적인 것은 윤 전 총장과 야권에는 유리한 요소다. 또한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이로 인한 권력과의 불화, 공정과 상식을 호소하며 던진 대권 도전 등 강단있는 일련의 과정은 야당 대선주자로서 오늘의 그를 만든 토양이 됐다. 하지만 '손바닥 왕(王)자', '전두환 발언과 개 사과' 등 경선 국면에서 보여준 잇단 논란은 차기 지도자로서 자질에 큰 시비를 불러왔고, 나아가 많은 지지층에게까지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 등으로 윤 전 총장을 소환조사하거나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대선 마지막 국면까지 지켜봐야 할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홍 전 대표 등과 손잡아 당심을 하나로 모으는 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연대나 단일화를 이뤄내는 일도 여의도 문법에 익숙지 않은 그에게는 가볍지 않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반문'의 기치를 넘어서는 수권 능력과 정책 비전을 보여주는 게 윤 전 총장으로서는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포스트 코로나'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놓고 경쟁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팬데믹과 더불어 펼쳐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성장엔진을 만들어내고 깊어질 대로 깊어진 사회·양극화 해법과 부동산 대책 등을 찾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다. 특히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한 청년들을 보듬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결방안 창출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이 중차대하다. '내로남불'에 지친 민심을 고려하면 흔들리는 법치와 공정의 토대를 다시 살펴보는 일도 후순위로 둘 수 없다. 북한 비핵화 해법 등 한반도 위기관리와 평화정착을 진전하기 위한 방안도 짜내야 한다. 야당 대선후보로 선택된 윤 전 총장이 비방과 이전투구식 공방을 지양하고, 이러한 과제들을 놓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당당한 정책대결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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