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나 가전제품, 소셜 미디어(SNS),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우리가 매일 쓰는 정보통신기술(ICT)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이 행복감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디자인학과 김차중 교수는 ICT가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의 사용 경험이 다양한 긍정적 감정을 일으키고, 사용자의 장기적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580개의 ICT 적용 제품과 서비스를 장기간 사용해본 11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경험 샘플링 결과를 분석한 결론이다.
김 교수는 이들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며 긍정적 감정이 유발되는 기준을 사물적(Object) 기능, 도구적(Instrument) 기능, 행동중재자(Enabler) 기능으로 구분했다.
사물적 기능은 제품이 주는 아름다움과 같은 감각적 경험이고, 도구적 기능은 제품의 기능과 사용성과 같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적 경험을 뜻한다.
행동중재자 기능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자아 정체성 확립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 샘플링 조사 참여자들은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ICT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주일간 하루에 세 번씩 느낀 감정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보고된 데이터를 분석해 순간적인 행복과 장기적인 행복 간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행복은 사물적 기능과 도구적 기능, 행동중재자 기능에서 비교적 비슷하게 나타났으나, 장기적 행복은 행동중재자 기능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때 더 커졌다.
기술 제품, 감정의 다양성, 행복 간 관계도.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제품을 통해 얻어지는 다양한 긍정적인 감정들을 경험할 때 행복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은 미학이나 도구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데 국한됐는데, 두 가지 역할이 충족되더라도 장기적 행복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걸 밝혔다"며 "최근 기술들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는 행동중재자 역할을 해낼 때 다양한 긍정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것이 장기적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첨단 기술을 적용할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이 심미성과 도구성을 넘어 행동중재자로 디자인되길 바란다"며 "이런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면, 그것이 AI 로봇이더라도 우리의 장기적 행복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코넬대 윤정균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일반공동연구과제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