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펼쳐친 미국 중간선거가 '집권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던 애초 예상과 달리 야당의 하원 진땀승으로 정리되면서, 지난 대선 때의 맞수이자 차기 대선의 잠재적 라이벌이기도 한 전현직 대통령 2인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2년 뒤 대선 재도선을 기정사실화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당겼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미풍에 그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 '조기 레임덕' 우려가 제기돼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하원을 내주는 대신 상원을 지켜내는 뜻밖의 '선방'으로 재선가도에 다소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NBC 방송은 9일(현지시간) "2024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이 탐색전을 시작했다"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는 약화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NBC는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레드 웨이브'를 일으키는 데에 실패했다"며 여야 지지세가 팽팽한 주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공화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이었던 2018년 치러진 중간선거 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탈환한 하원 의석수와 비교해, 공수가 뒤바뀐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빼앗아온 의석수가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특히 '친트럼프' 성향을 내걸고 출마한 공화당 후보 상당수가 줄줄이 고배를 마신데다, 당내 강력한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 중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하는 등 겹악재로 인해 트럼프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로리다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저가 위치한 그의 '텃밭'으로, 홈그라운드에서부터 강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어떤 측면에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큰 승리"라며 "전체적으로 승리 219에 패배 16. 누가 이보다 더 잘했느냐"고 강변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브랜드를 계속 전면에 내세우거나 그를 세 차례 연속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다면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 있다는 의구심이 피어올랐다고 NBC는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공화당 관계자는 "오늘밤 성과는 이것보다는 나았어야 했다"며 "2024년 대선 후보로 다시 트럼프가 지명되고, 외연 확장이 아니라 상대 응징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화당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드샌티스 주지사 외에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이 차기 주자군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대선 재도전 공식화 시점을 연기를 검토하라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가 타격을 감수하고서도 선언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날인 지난 7일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11월 15일 화요일에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택) 마러라고에서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언급, 대선 재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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